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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lation - Korean 쭉 뻗은 총신에서 반사된 날카로운 빛에, 나가미네는 마음속이 들끓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과거 사격에 열중하던 시절이 떠오른 것이다.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고 있을 때의 긴장감, 발사 순간의 충격, 표적에 적중했을 때의 쾌감.
그때의 기억들은 어느 것 하나 빛바래지 않은 채 세포 하나하나까지 단단히 아로새겨져 있다.
지금 나가미네는 카탈로그 사진을 보고 있다.
예전에 총을 구매했던 가게에서 몇 년마다 한 번씩 보내오는 신제품 광고용 카탈로그이다.
사진 아래에는 ‘총대는 반광 처리, 이탈리아제 총기 케이스 제공’이라 쓰여있다.
그 가격을 본 나가미네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95만 엔이란 금액은 취미에 쓰기엔 너무나도 거금이었다.
게다가 애초에 나가미네는 현재 사격을 그만둔 상태이다.
안구건조증을 앓게 된 탓에 경기에 지장이 생겼기 때문이다.
나가미네는 오랜 시간 동안 반도체 회사에서 집적 회로를 설계하는 일을 해왔다.
그로 인해 화면을 장시간 본 것이 원인일 것이다.
나가미네는 카탈로그를 접고 안경을 벗었다.
안구건조증이 가시고 나니 이어서 노안이 찾아왔다.
요즘에는 안경을 안 쓰면 작은 글자는 읽지도 못한다.
딸인 에마는 나가미네가 안경을 찾을 때마다 ‘노인네’라며 놀린다.
노안이라고 사격을 못 할 건 없다만, 솔직히 이 이상 눈을 혹사하는 건 피하고 싶었다.
총 사진을 보면 좀이 쑤시는 것도 그저 옛날 생각이 나서 그런 것이리라.
소중히 여기던 총도 최근 일 년간 손질 한 번 받지 못한 채 장식장 위 인테리어로 전락했다.
벽에 걸린 시계의 시침은 7을 조금 지나 있었다.
나가미네는 TV 리모컨을 집어 들었다.
전원을 켜려고 하는 순간, 창문 밖에서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나가미네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정원으로 이어진 미닫이문의 커튼을 걷었다.
그러자 정원수 건너편에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형체가 보였다.
그들이 환호성을 지른 이유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저 멀리 하늘에서 불꽃이 터지고 있었다.
현재 우리 고장에서는 불꽃 축제가 한창이었다.
도시와는 달리 이 근처엔 높다란 건물이 별로 없어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나가미네의 집에서도 불꽃이 보였다.
여기서도 보이니까 굳이 사람들 틈바구니에 들어갈 필요는 없지 않나 싶지만, 그 나이대 계집아이들이 그런 거로 납득할 리 없다는 것을 나가미네도 이해하고 있었다.
주목적은 불꽃놀이가 아니라 친구들이랑 왁자지껄 노는 것이다.
물론 거기엔 ‘시끌벅적한 장소에서’라는 부가 조건이 따른다.
지금쯤 군 옥수수나 아이스크림 따위를 손에 들고 그녀들끼리만 통하는 단어로 그녀들끼리만 이해할 수 있는 대화를 나누며 즐기고 있겠지.
에마는 올해 고등학생이 되었다.
나가미네가 봤을 땐 다른 평범한 여자아이들과 다를 바 없이 밝고 모나지 않게 자라준 것 같았다.
에마가 열 살 때 집사람이 세상을 떠 그때는 앓아누울 정도로 기운이 없었지만, 잘 견뎌내 주었다고 마음속 깊이 감사하고 있다.
요즘엔 ‘아빠, 좋은 사람 찾으면 재혼이나 해’라고 농을 할 정도다.
물론 그게 본심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정말 재혼 얘기를 꺼내면 분명 강한 반감을 표할 것이 뻔했다.
그렇지만 딸이 나름대로 엄마의 죽음을 딛고 일어섰다는 것은 틀림없었다.
그 딸은 지금 학교 친구들과 불꽃놀이를 보러 갔다.
오늘을 위해 유카타도 사줬다.
자기 혼자선 입기 힘드니까 친구 어머니께 도움을 받겠다고 에마가 얘기했었다.
딸의 유카타 차림을 보고 싶었던 나가미네가 사진 좀 찍어 오라고 했지만, 에마가 그 말을 기억하고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노는 데 정신이 팔리면 다른 일은 머릿속에서 싹 지워버리는 것이 에마의 나쁜 버릇이었다.
에마는 카메라가 달린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지만, 거기에 친구들만 잔뜩 찍혀있으리라는 걸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
휴대전화는 에마가 초등학생이었을 때부터 들고 다니도록 하고 있다.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전화하라고 쥐여준 것이다.
모친을 잃은 그녀에게 있어 휴대전화는 유일한 보루이며, 또한 나가미네가 안심하고 일하러 나갈 수 있게 해주는 근거이기도 했다.
불꽃 축제는 9시까지인 걸로 알고 있다.
에마에게는 끝나면 바로 귀가하도록 일러두었다.
조금이라도 늦을 것 같으면 꼭 전화하라고도 말했다.
나가미네의 집에서 가까운 역까지는 도보로 10분 거리다.
민가가 늘어서 있긴 하지만, 길거리에 가로등이 많지 않은 데다 늦은 밤에는 인적도 드물다.
시곗바늘을 보고 나가미네는 혼자서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은 아직 아비가 했던 말 따위는 까맣게 잊은 채 신나게 놀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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